영양군, 숲속의 풋굿놀이 일월산 도곡리 마을숲 축제 오는 5일 개최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17년 08월 01일
| | | ⓒ CBN뉴스 - 영양 | | [cbn뉴스-이재영 기자] 오는 5일(토) 일월산(해발 1219m) 자락 경북 영양군 일월산 도곡리 마을 숲에선 큰 잔치가 벌어진다. 2013년 처음 시작해 올해 다섯 번째로 이어지는 일월산 도곡리 마을숲 축제다.
이날은 주민과 객지에 나간 출향민 및 관광객들이 수백 명 마을숲에 모여 함께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한바탕 잔치판을 벌인다.
도곡리 마을 어귀 수령 300년된 느티나무, 느릅나무가 군락을 이룬 마을 숲 그늘 아래 사람들은 풀짐 지기, 꼴 따먹기, 감자삼굿, 그네타기 등 추억어린 놀이를 즐긴다.
다른 한쪽에선 추억의 흑백사진과 서예와 시화 작품이 전시되고, 초상화 그리기, 가훈 써주기, 야생화 채색하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 행사는 오전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진다.
도곡리 마을숲 축제는 예로부터 8월 15일에 하던 이 마을 풋굿놀이가 그 모태다.
풋굿은 논에 김매기를 마칠 무렵인 백중날 즈음 경북 북부지방에서 널리 하던 세시풍속. 이날은 집집마다 술, 감주, 떡, 전 등 갖가지 음식을 갖고 와서 모두가 함께 모여 질펀하게 놀았다.
그러나 이농현상으로 풋굿놀이는 대부분 시들해졌다. 그러던 중 도곡리 마을숲에서는 5년 전 전시, 공연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더해서 지금의 도곡리 마을숲 축제의 이름으로 풋굿놀이가 부활됐다.
마을숲 축제는 2013년 5월 초, 서울에 사는 몇몇 출향인들이 스마트폰을 통한 SNS(밴드)를 개설하면서 누군가로부터 마을숲에서 축제를 한 번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구동성 호응하면서 구체화됐다.
“옛날 같이 풋굿놀이 다시 해보면 안 될까” “숲속의 음악회를 하면 어떨까” “누구 동생이 OO시향 바이올리니스트라던데, 마을숲에서 연주회 한 번 하면 좋겠다” “00동생 화가 00가 서울생활 접고 지금 시골서 그림 그린다 하던데, 미술작품 전시회도 하면 좋겠다” “마을 주제가도 만들면 좋지 않을까”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모였다. 눈 깜짝할 사이 축제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출향인 김양환씨가 시를 쓰고 싱어송 라이터인 박소윤씨가 곡은 붙였다. 마을 주제가는 도곡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곧 이어 후속 작업이 진행됐다. 출향민 김양환씨가 쓴 시에 싱어 송 라이터 박소윤씨가 곡을 붙여서 도곡리 마을숲 주제가가 만들어졌다.
축제를 논의하면서 밴드 가입자가 순식간에 300명 가까이 늘어났다. 덕분에 홍보도 쉽게 이뤄졌다. 주민과 출향민이 의기투합한지 불과 2개월 만에 마을숲 축제가 개막됐다.
마을숲 축제는 풋굿의 부활 격인 까닭에 가급적 예전에 하던 8월 15일 날짜에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8월 둘째 주 토요일로 정했다.
그때가 마침 여름휴가 시즌 끝 무렵이라 출향민도 시간 맞추기 좋고, 주민들도 생업인 고추를 수확하기 직전 때라 서로 좋았다.
모든 일은 예상대로 잘 이뤄졌다. 첫 행사에서 참석 인원이 500명이 넘었다. 축제날에 맞춰 동창회 모임, 형제자매 모임이 자연스레 이뤄졌다. 출가한 딸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친정고향 방문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숲 축제 덕분에 수십 년 만에 고향 나들이 기회도 생겼고, 덤으로 3~40년 만에 소꿉친구도 만났다.
도곡리 세시풍속 ‘풋굿’이 마을숲 축제로 부활 예산, 기획, 연출 모두 주민, 출향인들이 도맡아
마을숲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은 주민과 출향민에 의해 진행됐다. 경비는 전액 출향민과 주민의 찬조로 마련됐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자그마치 3천만 원이 넘었다. 도곡리 마을숲 축제는 예산뿐 아니라 기획, 연출, 출품 등 모든 것이 주민과 출향민에 의해 이뤄졌다.
2013년 첫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주민과 출향민들은 또다시 의기투합했다.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모전>(생명의 숲 국민운동 ․ 산림청·유한킴벌리 공동주최>에서 도곡리 마을숲을 출품하기로 한 것.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곡리 마을숲은 당시 수많은 경쟁지를 제치고 본선에서 대상(생명상)을 거머쥐게 됐다.
도곡리 마을숲 옆에 최근 들어선 복합문화센터에서 주민들은 농한기 때 서예와 그림을 배우고, 풍물도 배웠다. 주로 부녀회 회원들로 구성된 풍물패는 이제 마을숲 축제장에서 흥을 돋우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숲의 경관적 가치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이 마을숲 공간을 문화예술 행사에 적극 활용한 것에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축제가 5년째 지속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관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해서 축제를 성공적으로 쭉 이어가자 지역사회도 관심을 보였다. 지자체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언론사도 매년 관심을 갖고 마을숲 축제를 보도했다. 전통 농경문화를 재현하며 5년째 이어온 마을숲 축제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축제 지원사업으로 선정
정부도 축제를 지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도곡리 마을숲 축제를 농촌축제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 이번 축제행사에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도곡리 마을숲 축제가 경북 지역에선 신규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고 한다.
이번 축제는‘전통 농경문화의 재현’을 부제를 달아 기획을 하고 있다. 마을의 수호신 당나무 앞에서 지내는 당제와 숲 둘레길 한 바퀴를 도는 지신밟기로 축제는 시작된다.
풀짐지기, 꼴따먹기는 도곡리 마을숲 축제의 단골 프로그램. 풀짐지기는 풀을 누가 많이 지느냐에 따라 우열이 겨뤄진다. 꼴따먹기는 표적 지점에 낫을 가장 가까이 던지는 사람이 소꼴을 몽땅 가져가는 옛날 초동들의 놀이다.
지난해 약식으로 선 보였던 <서원들 보제>도 좀 더 구체적 형태로 복원된다. 도곡리 아랫마을에 있는 서원들의 봇도랑 물이 풍부히 흐르고 풍년농사를 기원하던 서원들 보제가 마을숲 축제 덕분에 되살아났다.
힘 센 봇꾼을 뽑기 위한 들돌 들기 시연과 보 입구에서 지내던 보제(봇제사), 그 막간에는 모내기 때 부르던 노동요인 모심기 노래가 목청 좋은 어르신들의 구성진 노래로 이어진다.
무대 옆 몽골텐트에서는 추억의 사진전, 주민과 출향민이 직접 쓰고 그린 서예와 그림 작품이 전시된다. 캐리커처 그리기, 야생화 채색하기, 명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도곡리 특산품인 일월산 산나물과 고추, 단삼, 야콘 등 판매부스도 마련될 예정이다.
주민들과 출향민 등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향토 출신의 가수 배용과 권정화 등이 초대될 예정이다. 아리솔국악예술단의 품바각설이와 영양 문가모공연단의 공연과 영양 색소폰 동호회‘바람소리’의 연주도 예정돼 있다.
축제 덕분에 주민과 출향민들은 숲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조상들의 노력으로 300년 동안 보전돼온 마을숲이 사라진다면 숲 축제도 없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철 허기 질 때 냇가에서 감자를 구워먹던 이른바 감자삼굿. 뜨겁게 달궈진 자갈에 물을 들어부어 생기는 증기로 감자나 옥수수를 쪄서먹는 옛날 아이들의 놀이다.
그래서 지난해 축제 때 주민과 출향민들은 후계목 식목과 마을숲 보전을 위해 <도곡리 마을숲 푸르게 푸르게>캠페인을 채택 결의했고, 그 후속 조치가 연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에 대해 먼저 군청이 마을숲 정비사업 지원으로 화답을 보내온 것이다. 정비사업으로 마을숲 가운데로 관통하는 콘크리트 수로가 걷어지고 석축으로 쌓아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수로가 만들어졌다.
족구장 자리에 숲이 뻥 뚫려 있던 곳에는 느티나무 후계목을 식재했다.
숲 바로 옆에 있는 공동 농기계창고 외벽에는 벽화를 그려서 마을숲과 조화로운 경관을 연출했다. 벽화는 45년 전 도곡리 초등학생들이 마을숲 앞에서 찍은 사진을 근거로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그림은 귀향한 화가 이산뜻한 씨의 작품이다. 덕분에 한낱 허름한 창고였던 가건물이 예술 작품으로 변신했다. 이렇게 마을숲은 주민들의 창의성 있는 노력 덕분에 아름답게 부활하고 있다.
마을숲 바로 옆에 있는 마을 공동농기계창고가 눈에 거슬렸는데 귀농 화가 이산뜻한 화백이 그린 벽화로 창고 건물은 또 다른 예술 작품으로 변신했다. 그림 속 주인공은 1972년 도곡리의 초등학생들. 그 옛날 도곡리 마을숲에서 꿈을 키우던 이들도 어느덧 중년을 훌쩍 넘은 나이가 되었다.
마을숲 부지 확장 위해 인접 사유지 750㎡(226평) 이희화 이희병 두 형제가 매입해 마을에 기증키로
최근 또 다른 미담사례가 주민과 출향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출향인 이희화 씨(구영테크(주) 대표)와 동생인 이희병 씨(도곡리 출향인 대표) 두 형제가 마을숲 부지 확충을 위해 마을숲 인근 밭 226평(약 750㎡)을 사비로 매입해 마을에 기부하기로 한 것. 고향을 위한 두 형제분의 대가 없는 기부는 요즘 시대 보기 드문 미담 사례다.
해당 토지는 이미 분할측량이 완료되었고, 조만간 도곡리마을회 명의로 이전등기될 예정이다.
기증자는 해당 토지에 대한 분할 매매에 응해준 소유주(이재덕 씨)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편입될 숲 부지에는 주민들의 뜻에 따라 소나무 등 기존 숲에 어울릴만한 나무들이 심어져서 도곡리 마을숲이 명실상부한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사회도 ‘마을숲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에 동참했다. 도곡리 1구에 있는 유기농 비료공장이 유기농 비료 150포를 기증해 올여름 마을 숲 전역에 시비됐고, 그 영향으로 마을 숲은 지난해 보다 훨씬 더 울창해졌다. 5년 째 이어진 마을숲 축제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축제를 총괄하고 있는 도곡리축제준비위원회(공동대표 이희락 이장, 이희병 출향민 대표)는 “마을숲 축제를 계기로 주민의 단합과 출향민의 고향사랑이 더 커졌다”며 "궁극적으로는 농촌 주민의 삶의 질과 문화적 수준이 높아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마을숲 축제 덕분에 우리고장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점도 큰 성과라며 도곡리 마을숲 축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 그리고 언론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문의(오부원 010-2003-0589) |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 입력 : 2017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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