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세시음식에 담긴 의미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14년 02월 12일
| | | ⓒ CBN 뉴스 | | 안동은 오랜 역사를 통틀어 축적해 온 문화 다양성과 이러한 문화적 긍지를 발판으로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문화를 확대 재생산해 낸 “문화창의도시”로써 창조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안동의 역사는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천년의 역사기간동안 민간신앙에서부터 화엄불교를 중심으로 한 불교적 교리를 펼치고 실천에 옮긴 실천 장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에서도 잘 확인할 수 있다.
또 안동은 고려 말 신유학을 받아들여 조선의 건국이념으로 뿌리내리게 한 유학의 중심지였으며, 퇴계선생을 정점으로 한 영남학맥을 통해 조선 오백년을 이끌어 온 유교적 성취를 이루어낸 곳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민속문화, 불교문화, 유교문화로 이어지는 안동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오면서 안동문화의 건강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나아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가장 잘 보듬고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러한 역사성을 바탕으로 안동사람들이 지켜 온 정체성을 보존하고 역사적 가치를 활용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었다.
안동시는 21세기 지방화시대에 지역 이미지를 결정지을 차별화전략으로 안동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안동사람들이 지켜 온 정신을 드러내고 오늘에 계승하며 후대에까지 이어지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안동시의 노력이 하나 둘 축적되고 결실을 맺음으로서 이제는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지적인 엄숙성을 지닌 전통문화도시로 안동의 브랜드가치가 자리매김 되었다.
이러한 안동의 문화정체성은 이제 한민족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안동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이해하는 첩경으로까지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과 부시 미국대통령의 안동방문은 대한민국에서 안동이 지니고 있는 입지를 잘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안동을 선택하는 이유도 안동문화의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이제 안동은 한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정착되고 있다. 따라서 안동사람들이 갈무리하고 전승하고 있는 전통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안동문화의 주체로서 주인 된 도리이자 안동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으로 정월 대보름의 전통문화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살펴본다.
설을 지나 비로소 본격적인 새 생명의 활동을 알리는 정월 대보름에는 성(姓)이 다른 세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운이 좋다는 “세성받이밥”, 부스럼을 막아준다는 “부럼”과 일 년 내내 좋은 소리만 듣게 한다는 “귀밝이술”, 여름 더위를 막아준다는 9가지 묵은 나물로 차려진 “진채식”까지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배려와 소통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를 건강하게 지켜가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율력서에 의하면 정월은 천(天), 지(地), 인(人)이 합일(合一)하는 달이어서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고 한 해의 운세를 점치며 설계했다. 이는 태양과 달리 밤의 어둠을 깨우는 달은 초승달에서 만월(滿月)이 되고 다시 작아지기에 이러한 달의 형상은 씨앗을 뿌리고 자라서 여물고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따라서 달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 농사를 시작하는 첫 달이 가득 차는 정월 대보름을 대명절로 삼고 한 해의 풍년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고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소통하게 하는 대동단결의 뜻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기원하기 위한 주술적인 행위를 생산해 냈다. 그중에서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으로는 오곡밥으로 밥을 지어 먹고, 부럼과 귀밝이술을 먹음으로써 한해의 건강한 삶을 기원한다.
| | | ⓒ CBN 뉴스 | | 또 정월 보름에는 다섯 가지 곡물로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해서 오곡밥이라 했다. 이때 오곡은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하며, 종류에 있어서도 다르다. 평야지역으로 논농사가 대부분인 전라도와 밭농사가 더 많은 경상도 북부와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같은 수 없기에 오곡의 종류도 다르다. 따라서 오곡밥을 짓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곡물을 섞어서 밥을 짓는다는 의미이지 반드시 오곡을 넣어서 지은 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논농사와 밭농사가 잘 어우러져 있는 안동지방에서는 팥, 수수, 차조, 찹쌀, 콩을 오곡이라 했다.
이러한 오곡은 우리 몸속의 5개 장기인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영양소를 고르게 가지고 있다. 팥은 맛이 달고 신 맛이 있어 간 기능에 도움을 주고, 수수는 따뜻한 성질로 인해 장을 보호해 주어 소화를 촉진시켜 주는 효능이 있으며, 차조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아 위와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찹쌀은 서늘한 성질과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장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변비를 막아주며, 검은 콩은 심장과 방광 기능을 튼튼히 하고 황산화 작용으로 노화방지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니 오곡밥을 지어 먹음으로써 한해 무병무탈을 기원했다.
| | | ⓒ CBN 뉴스 | | 정월 보름에는 딱딱한 껍질을 가진 견과류를 깨물어서 먹는 풍속도 있다. 이를 ‘부럼깨문다’고 하는데, 부럼의 종류로는 호두, 땅콩, 밤, 잣, 콩 등으로 껍질이 딱딱한 견과류들이다. 부럼은 나이수대로 깨물어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기원했다. 이는 껍질이 딱딱한 견과류를 깨물었을 때 “딱”소리에 귀신이 놀라 도망가게 하기 위함이라 하지만 한의학적으로 보면 부럼의 종류로 쓰는 견과류들이 가지고 있는 불포화 지방산이 혈관과 피부를 기름지고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호두는 살을 찌게하고 몸을 튼튼하게 하여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머리털을 검게 하고 기혈을 보호하여 하초명문을 보호한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체내 중성지방 등의 노폐물 제거 및 고혈압을 떨어뜨리는데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땅콩도 혈관벽의 콜레스테롤을 씻어내어 깨끗한 혈관을 만들어 준다. 또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머리를 좋게 하는 고칼로리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정월 보름날 아침에는 귀가 밝아지라고 마시는 술을 귀밝기술이라고 하고 한자로는 이명주(耳明酒)라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보름날 이른 아침에 청주(淸酒) 1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한다. 이 술을 이명주(耳明酒)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어 그 유래를 짐작 할 수 있다.
귀를 밝게 하기 위해 귀밝이술을 마신 것은 정월 보름 마을마다 동제사를 올린 후 동회(洞會)를 여는데, 이 회의는 마을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다양한 농사 정보도 나누게 되는데, 귀를 열고 귀담아 들음으로써 마을 대소사에 참여하고 소통하고자 한 선조들의 지혜로움이 잘 드러나 있다.
이처럼 정월 대보름에 먹는 시절음식에는 움츠렸던 겨울을 난 뒤 오곡밥으로 오장육부에 균형 있게 영양을 공급하여 한해를 무병하게 날 수 있기를 기원하고, 부럼으로 전체적인 혈관을 윤활하게 하며, 귀밝이술로 신체 말단 까지 영양을 잘 뿌려주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세시풍속에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건강까지 챙기려는 자상한 마음이 엿보여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세계유산 하회마을에서는 설에 이어 정월 대보름에도 방문객들에게 대보름 세시풍속을 마련한다. 대보름날인 14일 아침 7시에는 하회마을의 주산인 화산(花山)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서낭당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올리고, 이어 중당(中堂)인 국신당(國神堂)과 하당(下堂)인 삼신당(三神堂)을 돌며 동제사를 올린다.
제사를 지낸 후에는 하회별신굿의 절정인 길놀이와 지신밟기가 재연되며, 양진당과 충효당 종가에서는 탈놀이 한마당이 펼쳐져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마을회관에서는 방문객들에게 귀밝이술과 부럼을 깨는 풍습을 체험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각종 민속놀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세계유산의 가치를 방문객들과 함께 나누게 된다.
손상락(안동시청 문화예술과 세계문화유산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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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 입력 : 2014년 0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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